월가 자산 토큰화, 어떤 체인들이 움직이고 있나? 2026년 하반기, 월가에서는 큰 발표 없이도 실질적인 변화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전통 금융 자산의 결제 방식이 오프체인에서 온체인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실제 거래 단계까지 도달한 거예요. 이 흐름의 중심에는 미국 예탁결제원(DTCC)가 있습니다. 지난 7월 15일, DTCC는 담보 대출부터 국채 레포, 주식 결제까지 이어지는 실거래를 온체인 인프라 위에서 처리했고, 이는 계획 발표 단계를 넘어선 첫 실사용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이 변화는 한 체인이 모든 걸 담당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DTCC는 여러 네트워크에 서로 다른 역할을 나눠 맡기는 방식을 택했고, 그 조합을 이해해야 지금 벌어지는 일의 전체 그림이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변화가 왜 지금 일어나고 있는지, DTCC가 선택한 각 네트워크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그리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후보군은 어디까지인지를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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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DTCC가 움직이는가
DTCC(Depository Trust & Clearing Corporation, 미국 예탁 결제원)는 100조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주식, 채권, ETF가 거래될 때마다 뒤에서 소유권 이전과 대금 정산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정산 과정은 지금까지 통상 하루에서 이틀이 걸렸고, 시장이 열려 있는 시간에만 처리가 가능했습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자본을 묶어둔다는 점입니다. 담보로 걸린 자산이 결제를 기다리는 동안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없습니다. 국경을 넘는 거래일수록 시차와 휴일 문제까지 겹쳐 비효율이 누적됩니다. DTCC가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기로 한 이유는 바로 이 결제 지연과 자본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규제 근거부터 짚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실험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규제 당국의 명시적 승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25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DTCC에 3년짜리 노액션레터를 발급했습니다. 대상 자산은 러셀 1000 지수 구성 종목, 주요 지수 ETF, 미국 국채 등 유동성이 가장 높은 자산군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 승인 덕분에 관련 입법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서비스 자체는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실제로 DTCC는 2026년 5월 공식 발표를 통해 7월 제한적 실거래, 10월 정식 서비스 출시라는 일정을 공개했고, 7월 15일에는 이 일정에 맞춰 실제 프로덕션 환경에서 거래를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체인들이 움직이고 있나?
DTCC의 토큰화 서비스는 하나의 블록체인이 전부를 처리하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네트워크가 각자 맡은 역할을 나눠 수행하는 방식으로 짜여 있습니다. 이번 7월 15일 실거래에서 실제로 눈여겨봐야 할 두 축은 켄톤 네트워크와 체인링크이고, 여기에 나머지 체인들이 각자의 포지션으로 얽혀 있는 그림입니다.
정산의 통로, 켄톤 네트워크
켄톤 네트워크(Canton Network)는 디지털 애셋 홀딩스가 만든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DTCC가 보관 중인 실물 증권을 토큰 형태로 바꿔 참여 기관들끼리 실제로 주고받는 정산 레이어 역할을 합니다. 담보 대출, 증권 대차, 국채 레포, 주식 결제, 중앙청산소 마진 처리처럼 실거래 자체가 오가는 통로가 바로 이 네트워크입니다.
정보의 통로, 체인링크
체인링크(Chainlink)는 자산이 직접 이동하는 곳이 아니라, 켄톤 네트워크 위에서 오가는 자산의 가격, 담보 비율, 순자산가치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증하고 전달하는 오라클 역할을 맡습니다. 켄톤 네트워크가 통로라면, 체인링크는 그 통로 안에서 거래가 정확한 숫자에 맞춰 이루어지도록 정보를 실어 나르는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7월 15일 실거래에서 담보 대출부터 마진 처리까지 다양한 업무가 문제없이 처리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두 인프라가 함께 맞물려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판 위의 다른 조각들
Hyperledger Besu는 DTCC가 자체 운영하는 별도의 폐쇄형 네트워크로, 코인 없이 자체 프라이빗망 안에서만 돌아갑니다. 켄톤 네트워크·체인링크와는 다른 트랙에서 실사용 중인 인프라입니다.
Stellar는 DTCC가 선택한 두 번째 퍼블릭 체인, 이번 정식 출시 라인업에는 아직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서비스 시점이 2027년 상반기로 잡혀 있어 10월 출시 당시에는 합류하지 않은 채로 시작합니다.
Ondo는 이더리움 등 다른 체인으로 유통시키는 경로 역할, DTCC 예탁 자산에서 나온 토큰이 이더리움 생태계로도 흘러갈 수 있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XRP Ledger는 아직 공식 파트너십 발표가 없는 상태입니다. 관련 특허 문서에 이름이 등장한다는 점만으로 실사용 인프라와 같은 선상에 놓기는 이르고, 그만큼 확정된 다른 체인들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진행 상황과 대조해서 정리하면
이번 실거래의 핵심은 켄톤 네트워크와 체인링크라는 두 축이 각각 ‘자산 이동’과 ‘정보 검증’을 나눠 맡으면서 실제 업무 처리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고, Besu·Stellar·Ondo·XRP는 그 주변에서 각자 다른 속도와 확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7월 둘째 주부터 러셀1000 주식, ETF, 미국 국채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실거래가 시작됐고, 10월에는 정식 서비스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이 중 켄톤 네트워크는 이미 올해 2분기부터 국채 등 DTC 담보 자산을 다뤄온 상태이고, 체인링크는 담보 관리 플랫폼의 핵심 인프라로 채택돼 4분기 출시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텔라는 켄톤 네트워크에 이어 두 번째로 합류하는 퍼블릭 체인이지만, 실제 서비스 시작은 2027년 상반기로 잡혀 있어 10월 정식 출시 당시에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남습니다.
XRP Ledger는 표에서도 밝혔듯 공식 발표가 아닙니다. 관련 자료를 살펴봐도 DTCC와 XRP Ledger 사이의 정식 파트너십 발표는 확인되지 않고, 특허 문서 속 이름 언급만으로 확정된 것처럼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내용은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기보다 참고 수준으로만 받아들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왜 켄톤 네트워크인가
이더리움, 솔라나, 아발란체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이 이미 존재하는데도 DTCC가 굳이 켄톤 네트워크를 선택한 이유는 규제 준수와 기관 요구사항 때문입니다. 퍼블릭 체인은 누구나 거래 내역을 볼 수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지만, 증권법의 적용을 받는 실물 자산을 다루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 개방성이 걸림돌이 됩니다.
DTCC가 다루는 자산은 러셀 1000 구성 종목이나 미국 국채처럼 투자자 자격 요건, 거래 상대방 확인, 감독 기관 보고 의무가 뒤따르는 규제 자산입니다. 켄톤 네트워크는 처음부터 이런 요구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네트워크로, 거래 당사자만 해당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는 프라이버시 서브넷 구조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규제 기관은 필요할 때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지원합니다. 퍼블릭 체인 위에서 같은 수준의 접근 통제와 컴플라이언스 로직을 구현하려면 훨씬 복잡한 추가 장치가 필요합니다.
체인링크가 선택된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산의 가격이나 담보 비율 정보를 온체인으로 가져오는 오라클은 여러 곳이 있지만, 체인링크는 이미 다수의 대형 금융기관 및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연동된 이력을 갖추고 있어 서로 다른 체인 사이에서도 동일한 데이터를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DTCC처럼 여러 네트워크와 여러 참여 기관을 동시에 아우르는 구조에서는, 특정 체인에 종속되지 않고 범용적으로 데이터를 검증해 줄 수 있는 오라클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같은 퍼블릭 체인이 기술적으로 뒤처져서 배제된 것이 아니라, 규제 준수와 기관 간 상호운용성이라는 DTCC의 요구 조건에 켄톤 네트워크와 체인링크의 설계 철학이 더 부합했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참여 기관의 규모가 말해주는 것
DTCC 산업 워킹그룹에는 블랙록, 골드만삭스, JP모건,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을 포함해 100개가 넘는 기관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7월 15일 실거래에는 이 중 30개 이상의 기관이 실제로 참여했습니다.
이 참여 목록의 무게감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전통 금융의 핵심 기관들이 파일럿이 아닌 실거래에 직접 자산을 투입했다는 사실은, 이 변화가 소수 스타트업의 실험이 아니라 금융 산업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인프라 전환임을 보여줍니다.
투자자가 가져야 할 균형 잡힌 시각
자산 토큰화는 결제 시간을 단축하고 담보 회전율을 높이는 구조적 변화이지, 단기간에 유동성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이벤트는 아닙니다. DTCC 스스로도 10월 정식 출시 이후 거래 규모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SEC의 승인은 3년 한시적 성격을 띠고 있어, 이후 정치적 환경이나 규제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관련 자산이나 네트워크에 관심을 갖는다면 이런 규제 일정과 실제 거래량 추이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월가의 자산 토큰화는 이제 계획 단계를 지나 실제 운영 데이터로 검증되는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켄톤 네트워크와 체인링크라는 두 인프라가 앞으로 이 흐름의 실질적인 진행 속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 판단에 앞서 공식 발표 자료와 규제 기관의 승인 현황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본 글은 2026년 7월 DTCC 공식 보도자료 및 공개된 산업 동향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자문이 아닌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