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린 먹어도 될까요? 역사부터 최신 연구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합성감미료인 뉴슈가는 사카린을 원료로 하여 설탕보다 강한 단맛을 내서 쩡한 맛이 나는 김치와 동치미 만들 때 소량만 사용하곤 합니다. 발암 논란부터 항암·항생제 연구까지 사카린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사카린, 정확히 어떤 물질인가요?

사카린(Sodium Saccharin)은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우연히 발견된 인류 최초의 인공 감미료입니다. 실험 도중 손끝에서 단맛이 나는 것을 발견한 연구자에 의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습니다.

화학적으로는 오톨루엔설폰아마이드 등을 산화시켜 만드는 흰색 결정 가루로, 설탕보다 무려 300~400배 강한 단맛을 내면서도 열량은 전혀 없습니다. 사람의 몸은 사카린을 대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섭취한 사카린은 체내에서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됩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사카린은 100년 넘게 식품, 음료, 의약품, 심지어 치약 같은 생활용품에까지 폭넓게 사용돼 왔습니다.

 

사카린 100년 논쟁

사카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1977년에 일어났습니다. 캐나다 국립보건연구소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사카린이 방광암을 유발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이 소식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사카린은 순식간에 ‘발암 물질’, ‘공포의 백색가루’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에는 결정적인 허점이 있었습니다. 쥐에게 투여한 사카린의 양이 사람으로 환산하면 하루 허용 섭취량의 수백 배에 달하는 비현실적인 양이었습니다. 게다가 쥐와 사람은 오줌의 화학적 조성이 달라, 쥐에게서 나타난 방광암 발생 메커니즘이 사람에게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후 밝혀졌습니다.

이후 30여 년에 걸쳐 전 세계 학자들이 사카린의 안전성을 검증했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하나씩 반영됐습니다.

  • 1999년: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카린을 발암물질 목록에서 제외
  • 2000년: 미국 국립독성학프로그램(NTP)도 동일 조치, FDA는 발암 경고 라벨 의무를 철폐
  • 2010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유해물질 목록에서 사카린을 삭제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식품안전청(EFSA), 미국 FDA 등 주요 보건 당국은 모두 사카린을 사람이 섭취하기에 안전한 물질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카린은 어떤 길을 걸어왔나요?

한국에서 사카린이 특히 친숙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1960년대 정부가 쌀 부족 문제로 쌀로 만든 소주를 금지하자, 업계는 고구마·타피오카 주정에 물을 섞은 희석식 소주를 만들었고, 이때 알코올 냄새를 잡고 단맛을 더하기 위해 사카린을 사용했습니다.

1973년 식품위생법 제정 이후 식빵, 이유식, 백설탕 등 일부 품목에만 사용이 금지됐던 사카린은, 1970년대 해외 발암 논란이 국내 언론을 통해 재보도되면서 규제가 급격히 강화됐습니다. 1990년에는 특정 식품에만 사용이 허용됐고, 1992년에는 아이스크림·껌·과자·간장 등 거의 모든 식품에서 전면 금지됐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카린은 결국 1980년대 후반 소주 첨가물 목록에서도 완전히 퇴출됐습니다.

과학적 명예는 이미 회복했지만, 국내 규제는 한동안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2011년이 돼서야 식약처는 소스류, 탁주, 소주, 껌, 잼, 양조간장, 조제커피 등 8개 품목에 대해 사카린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개정했습니다. 현재는 절임식품, 조림식품, 김치류, 음료류, 어육가공품, 뻥튀기 등 일부 품목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뉴슈가에 든 포도당·말토덱스트린, 혈당에 괜찮을까요?

우리가 흔히 아는 ‘뉴슈가’는 순수한 사카린만으로 이뤄진 제품이 아닙니다. 소량의 포도당, 말토덱스트린 같은 증량제가 함께 섞여 있습니다. 사카린은 단맛이 워낙 강해서 순수한 형태로는 정확한 양을 계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티스푼으로 떠서 쓰기 편하도록 부피를 늘려주는 성분을 섞은 것입니다. 즉 이 두 성분은 단맛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용 편의성을 위한 첨가물입니다.

포도당 자체는 우리 몸의 세포가 에너지원으로 직접 사용하는 기본적인 당으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혈당지수(GI)가 100으로, 오히려 설탕(약 65)보다도 혈당을 더 빠르게 올리는 성분입니다. 말토덱스트린 역시 옥수수전분 등을 가수분해해 만드는 탄수화물로 오랫동안 안전하게 사용돼 왔지만, 혈당지수가 85~135에 달할 만큼 소화·흡수가 매우 빨라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뉴슈가 자체를 혈당에 위험한 제품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사카린이 소량으로도 강한 단맛을 내는 만큼, 함께 섞이는 포도당·말토덱스트린의 절대량 역시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인 사용량에서는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입니다. 다만 혈당 관리가 중요한 당뇨병 환자라면, 뉴슈가를 다량으로 자주 사용하거나 여러 식품을 통해 누적 섭취하는 경우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성분표의 포도당·말토덱스트린 함량을 확인하거나, 이런 증량제가 없는 순수 사카린나트륨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최신 연구가 밝혀낸 사카린의 새로운 얼굴

발암 논란에서 벗어난 사카린은 이후 뜻밖의 재발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암세포 성장 억제 가능성
2015년 미국화학학회에서 발표된 플로리다 의과대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사카린은 암세포가 산성 환경을 유지하며 증식·전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특정 효소(9번 탄산탈수효소)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효소는 건강한 세포에는 거의 없고 암세포에서만 활발히 작용해 항암제 개발의 주요 표적으로 여겨져 왔는데, 흔히 먹는 사카린이 이 효소를 무력화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유방암·간암 세포 실험실 테스트를 거쳐 동물 실험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항생제 내성균 억제 효과
영국 브루넬대학 연구팀은 사카린이 세계보건기구가 위험 병원균으로 지목한 다제내성균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항생제와 함께 사용하면 내성균의 방어막이 약해져 항생제 효과가 더 좋아지는 것으로도 나타났습니다. 항생제 내성은 2019년 한 해에만 전 세계에서 127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인 만큼, 이 발견은 새로운 치료 전략의 실마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안전하기만 할까요? 엇갈리는 최신 연구들

안전성을 공식 인정받은 사카린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혈당·대사·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연구 결과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준입니다.

혈당 조절 능력에 대한 이스라엘 연구
바이츠만 과학연구소가 건강한 성인 1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사카린과 수크랄로스를 2주간 하루 최대 섭취량보다 적게 섭취한 그룹은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혈당 반응이 커지는 ‘포도당 불내성’이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아스파탐과 스테비아를 섭취한 그룹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당뇨병 위험을 다룬 호주 연구
모나쉬대 연구팀이 성인 3만 6608명을 14년간 추적한 결과, 인공감미료가 든 음료를 하루 한 캔 이상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83% 높았습니다. 비만 관련 요인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에도 위험은 38% 높게 유지됐는데, 같은 조건에서 설탕 음료의 위험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인지기능 저하와의 연관성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팀이 성인 1만 2772명을 8년간 추적한 결과, 감미료를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보다 기억력과 사고력이 62% 더 빠르게 저하됐습니다. 사카린을 포함해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에리스리톨, 소르비톨, 자일리톨 등 6종이 이런 저하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심혈관·대사 건강에 대한 미국 터프츠대 종합분석
기존 임상시험 21건과 코호트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사카린을 포함한 인공감미료 섭취량은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기능 변화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메커니즘은 ‘장내 미생물’입니다. 사카린 같은 인공감미료가 장 속 세균의 균형을 바꾸고, 이 변화가 다시 우리 몸의 혈당 조절과 대사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다만 대부분은 관찰연구이거나 소규모·단기 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확정 짓기보다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단계라는 점도 함께 알아두어야 합니다.

 

무설탕이라고 칼로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제로 슈가 열풍 속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당류가 0g이라고 해서 그 식품의 열량까지 0인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밀가루나 유지방 같은 다른 재료에 열량이 들어있다면, 제품 전체의 열량은 일반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식품업계의 경제적 유인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사카린은 단맛이 워낙 강해 극소량만 사용해도 설탕과 같은 단맛을 낼 수 있어, 단맛 단위당 비용으로 따지면 오히려 설탕보다 저렴합니다. 소비자의 ‘설탕 기피 심리’와 기업의 ‘원가 절감’이 맞물려 제로 식품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런 흐름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WHO는 최근 발표한 비설탕 감미료 사용 지침에서, 체중 조절이나 당뇨병·심혈관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무설탕 감미료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관련 연구 283건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 장기적인 체지방 감소 효과가 없다는 근거가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대되는 결과도 있습니다. 국내 한 연구에서는 말티톨 등이 든 무설탕 젤리·쿠키를 섭취한 그룹의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일반 제품 섭취군보다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사카린 자체의 1일 섭취허용량은 체중 1kg당 5mg으로, 몸무게 70kg 성인이라면 다이어트 탄산음료 10캔 분량까지는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감미료의 종류와 섭취량, 함께 섭취하는 식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카린 대신 고려할 수 있는 천연 감미료

인공감미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천연 감미료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천연이라고 해서 무조건 더 건강한 것은 아니므로, 각각의 특성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종류 특징
스테비아 칼로리 0, 단맛은 설탕의 200~300배, 혈당지수 0
아가베 단맛은 설탕의 약 1.3배, 칼로리는 설탕과 비슷해 과다 섭취 주의
알룰로스 칼로리 설탕의 10분의 1 수준, 혈당·인슐린에 거의 영향 없음
자일리톨 당지수 설탕의 10분의 1, 충치 예방 효과, 과다 섭취 시 소화 불편 가능

 

마무리하며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된 1일 섭취허용량 안에서는 식품에 사용해도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FAO·WHO 합동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제시한 사카린 및 그 염류의 ADI는 체중 1kg당 5mg입니다. 다만 EFSA는 2024년 재평가에서 사카린의 안전성을 확인하면서 ADI를 체중 1kg당 9mg으로 상향했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발암 논란만으로 사카린을 위험한 물질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카린을 체중 감량이나 당뇨병 예방을 위한 건강식품처럼 받아들여서도 안 됩니다. WHO 역시 비당류 감미료를 장기적인 체중 조절이나 만성질환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으며, 이 권고는 사카린의 독성 기준을 바꾼 것이 아니라 감미료를 활용한 식습관의 장기적 효과에 대한 판단입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뉴슈가는 순수한 사카린이 아니라 포도당이나 말토덱스트린 같은 증량제가 섞인 제품일 수 있습니다. 포도당과 말토덱스트린은 소량이라도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지만, 사카린의 사용량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리나 음료에 소량 사용하는 정도라면 뉴슈가 한두 번의 사용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크지 않습니다.

다만 당뇨병이 있거나 혈당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면 다음 사항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뉴슈가를 티스푼 단위로 반복해서 많이 사용하지 않기.
  • 제품의 영양성분표와 원재료명에서 포도당·말토덱스트린의 함량 확인하기.
  • 증량제가 들어 있지 않은 순수 사카린나트륨 제품이나 다른 감미료를 대안으로 검토하기.
  • 감미료를 사용하더라도 무설탕이라는 이유로 음료·간식의 섭취량을 늘리지 않기.
  • 혈당 변화가 걱정된다면 새로운 제품을 사용한 뒤 식후 혈당을 직접 확인하기.

결국 핵심은 사카린 자체를 무조건 피하거나, 반대로 ‘안전하니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카린은 허용량 안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뉴슈가처럼 포도당과 말토덱스트린이 포함된 제품은 순수 사카린과 다르게 보아야 합니다. 사카린의 안전성뿐 아니라 증량제의 양, 전체 탄수화물 섭취량, 제품의 열량과 식습관까지 함께 살피는 것이 더 정확한 접근입니다.

따라서 건강한 성인이 음식이나 음료에 뉴슈가를 소량 사용하는 것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당뇨병 환자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은 제품 성분과 사용량을 확인하면서 절제해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설탕을 사카린으로 바꾸는 데만 의존하기보다, 단맛 자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가장 확실한 건강 관리 방법입니다.

 

Related Posts

코인 시장 유동성, 비트코인에서 알트코인으로
암호화폐 시장을 몇 년 지켜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의문을...
디스코드 설정 개발자디스코드 설정 개발자
디스코드 사용자 ID 찾는 법
우리는 보통 디스코드 아이디를 생각힐 떼 가입할 당시 초기에 입력하고...
스테이블코인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 종류, 사는 법, 스테이킹까지
법정화폐는 국경을 넘을 때 너무 느리고 수수료도 비쌉니다. 반면 암호화폐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