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과 달러 패권, 미국의 40조 달러 부채는 서로 어떻게 얽혀 있을까요. 뉴스부터 학술 연구까지 살펴본 흐름을 정리해봤습니다.
미국 국채와 스테이블코인 왜 함께 움직였나
2026년 8월, 미국 국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과 비트코인이 한 주 만에 20% 넘게 급등한 사건이 같은 시기에 벌어졌습니다. 언뜻 보면 무관해 보이는 두 사건이지만, 재무부의 국채 매입 확대 발표와 겹쳐 있었다는 점에서 우연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흐름을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 정부가 처한 상황을 짚어야 합니다. 30년물 국채 금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미국 정부가 매년 부담하는 이자만 1조 1천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국방비보다 큰 금액입니다. 그래서 재무부는 만기가 긴 국채를 도로 사들이고, 대신 이자 부담이 적은 단기 국채를 새로 발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국채를 사는 구조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서클(USDC 발행사)이나 테더(USDT 발행사) 같은 민간 발행사는 법에 따라 발행한 코인만큼 진짜 달러 자산을 준비금으로 채워야 합니다. 2025년 7월 제정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이 준비금을 현금, 93일 이내 만기의 단기국채, 국채 담보 레포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즉 누군가 스테이블코인을 1달러어치 살 때마다, 그 돈은 거의 자동으로 미국 단기 국채를 사는 데 쓰입니다. 실제로 테더는 이미 1,200억 달러 넘는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국가 90% 이상보다 많은 규모입니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사주던 외국 정부(중앙은행)의 매입 비중이 최근 정체된 반면, 민간 투자자의 보유액은 2010년 1조 달러에서 2026년 5조 달러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국가가 채우지 않는 자리를 민간,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이 메우고 있는 셈입니다.
왜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으로 몰리는가
서클과 코넬대 에스와 프라사드 교수 등이 2026년 8월 발표한 연구는 이 현상을 이론 모델로 설명합니다. 신흥국 기업이 빚을 낼 때, 달러로 발행하면 결제가 쉽지만 환리스크를 떠안아야 하고, 자국 통화로 발행하면 환리스크는 없지만 정작 결제할 자산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결제 자산을 구하는 과정 자체를 없애줍니다. 그 결과 연구진의 시뮬레이션에서는 달러로 빚을 내는 신흥국 기업의 비율이 약 3분의 1에서 압도적 다수로 뛰어올랐습니다. 더 많은 기업이 달러 부채를 선택할수록 미국 국채 시장은 더 깊어지고, 이는 다시 달러 자산의 매력을 높이는 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다만 같은 연구는 경고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이 100% 국채로만 채워져 있다면 위기 상황에서도 안전하지만, 일부라도 은행 예금이나 회사채로 채워져 있다면 위기의 순간 오히려 코인이 없을 때보다 더 큰 손실을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니어스법의 경제 효과
지니어스법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리서치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30년까지 1조 5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경우 3개월물 국채 금리가 3~5bp 하락해 미국 정부는 연간 최대 30억 달러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신용창출 측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100달러가 새로 발행될 때마다 미국 내 대출 여력이 32달러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런 효과가 가능한 이유는 새로 유입되는 스테이블코인 자금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온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 은행의 분석을 종합하면 신규 자금의 약 30~40%만 미국 국내 예금에서 나오고, 나머지 60~70%는 해외 저축이나 현금에서 유입됩니다. 미국 은행에서 1달러가 빠져나가는 사이 해외에서 2달러가 새로 들어오는 구조인 셈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신흥국 은행을 흔드는 이유
미국 입장에서는 이득이 큰 구조지만, 다른 나라 입장은 다릅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하거나 은행 시스템이 취약한 나라일수록 국민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손쉽게 달러 연동 자산을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그 나라 은행의 예금 이탈, 통화정책 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대체를 가속화하고 자본 이동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해왔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 수요가 저절로 늘어나는 효과지만, 신흥국 입장에서는 자국 금융시스템이 조용히 잠식되는 과정일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 국면을 가늠할 3가지 지표
이 흐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몇 가지 지표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미국 단기국채 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지는지,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시장 구조를 다루는 클레리티법(Clarity Act)이 실제로 통과되는지가 핵심 변수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달러라는 오래된 자산에 새로운 유통 방식을 입힌 기술입니다. 그 기술이 금융시스템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취약성을 만들어낼지는 앞으로의 규제와 준비금 관리에 달려 있습니다.
본 글은 공개된 뉴스, 정책 연구, 학술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정리 글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